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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9일

이번 선정 도서는 "한 여자" 입니다.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아니 에르노는 이 한 문장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한 문장에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프랑스 북부 해안에 위치한 노르망디에서 태 어나고 자라난 작가는 110페이지라는 작은 공간 속에 어머니의 인생을 감탄스럽게 녹여낸다. 전기라고도 할 수 있고, 수필이라고도 부를 수 있으며, 아마도 분명 소설이라고 해야하기도 할 법한 문체로 그려낸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의 어머니인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낸 보편적인 여성이기도 하다. 아니 에르노는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싶을 정도의 균형 잡힌 거리에서 어머니를 바라보고 그려낸다. 덕분에 작가의 어머니였던 '한 여자'는 이 소설 속에서 완벽히 주관적인 작가의 어머니로 등장하지만 한 편으로 대단히 객관적인 역사 속의 한 여인으로도 묘사된다. 이를 통해 소설 <한 여자>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 기를 써내려간 '수필'이 되기도 하고, 시대를 살아간 한 여인의 미시사를 기록한 '역사서'가 되기도 한다.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나 노동자 계급이 되고, 작은 상점을 차린 소자본가가 되는 한 여자. 그 여자는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신에게 태어난 딸에게 의탁한다. 딸에게 엄격하면서도 딸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여자. 자신이 바라던 대로 딸은 성장하지만, 정작 여자는 이미 결혼해 독립한 딸의 성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없었다. 어쩌면 전쟁과 전후 시대를 살아간 대부분의 여성들(제2차 세계대전의 광기에 휩쓸렸던 모든 나라의)이 겪었을 법한 일종의 '신파 드라마'를 작가는 오히려 완벽히 자신의 경험으로 가져옴으로써 굉장히 신선한 이야기로 변모시킨다.


책을 읽는 내내,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때로는 험담을 늘어놓지만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성장한 한 여성이, 자기보다 앞서 힘겹게 언덕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쓸쓸히 내려갔던 여성의 삶을 정리하면서 느꼈을 짙은 유대감, 무심한 삶과 냉혹 한 죽음에 대한 회한,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 왔던 탓이다. 대단한 수사를 내세우지 않지만 담담한 고백성사 같은 아니 에르노의 글을 자박자박 따라가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내 속의 조용한 해변가로 아득한 파도들이 스륵스륵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병문안 다니는 대목에서는 20대 중반, 내 어머니가 말기암 선고를 받고 힘겹게 투병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그러했지만 암을 이겨내고 회복기에 있는 어머니에게도 나는 어떤 자식일까 되돌아보게 된다. 작품 속에서처럼 우리는 이제 서로 전혀 다른 사회,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 우리가 다시 내가 어리고 어머니가 젊었던 시절처럼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 에르노는 말한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의 어머니였기에, 내 유년기의 그 여자와 같은 여자였기에."


어머니의 과거 속에 지금의 내가 있고, 나의 미래 속에 지금의 어머니가 있다. 그러니 우리가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항상 이야기할 수 있는 딸이 있었 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하시던 어머니의 손을 내가 잡아주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유년을 지나 어른이 되고, 저녁이 되면 석양이 지는 것 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데.


도서리뷰: 멀고느린 구름 (2012.10.8), "아니 에르노 - 한 여자(알라딘 이달의 리뷰 선정)", Paper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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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원제 : Une Femme


Annie Ernaux 저

모임날짜: 10/22 (토)

모임시간: 5 - 7:30PM

모임장소: 온라인


+ 참석을 원하는 분들은 오픈톡에서 RSVP를 부탁드립니다.


+ 온라인모임입니다. 당일 오전에 카카오톡을 통해 개인별로 초대장이 발송되니, 운영자 "재호"와 1:1 대화기록이 없는 분들은, DMV북클럽 오픈챗방에서 아이디 "재호"를 찾아 1:1 Open Chat 줌 링크를 요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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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Annie Ernaux,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하여 프랑스 작가이자 문학교수가 되었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그녀의 작품들은 사회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어린시절을 노르망디의 작은 동네 Yvetot에서 보냈고, 노동자에서 소상인이 된 부모를 둔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온 주제들을 드러내는 '칼 같은 글쓰기'로 이를 해방하려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유년 시절로 구성된 자전적 소재에 초점을 두고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한 그녀의 작품들은 부모의 신분 상승(『남자의 자리』, 『부끄러움』), 자신의 결혼(『얼어붙은 여자』), 성과 사랑(『단순한 열정』, 『탐닉』), 주변 환경(『밖으로부터의 일기』, 『바깥세상』), 낙태(『사건』),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한 여자』), 심지어 혹은 자신의 유방암 투병(『사진의 사용』, 마르크 마리 공저)을 소재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해부한다.


그녀는 “판단, 은유, 소설적 비유가 배제된” 중성적인 글쓰기를 주장하면서 “표현된 사실들의 가치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객관적인” 문체를 구사, “역사적 사실이나 문헌과 동일한 가치로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에르노에게는 “자아에 내재된 시적이고 문학적인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글쓰기는 “문학적, 사회적 위계를 전복하려는 의도에서 출발,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대상들 ― 슈퍼마켓, 지하철 등 ― 에 대해, 이것보다 고상한 대상들 ― 기억의 메커니즘, 시간의 감각 등 ― 을 서술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그 둘을 결합하여” 글을 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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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는 아니 에르노가 어머니의 삶과 여성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소설로, 개인의 고난과 사회적 압박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만한 다른 소설로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토니 모리슨의 "사랑받지 못한 자들", 그리고 이디스 워튼의 "다락방의 위대한 삶"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각각의 방식으로 인간 존재의 고독,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며, 서로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을 보여준다.


"이방인"은 주인공 뫼르소의 비인간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무감각하게 반응하고, 이는 그가 사회의 규범에서 단절된 존재임을 상징한다. 카뮈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인생의 무의미함과 고독을 탐구하며, 주인공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위기를 드러낸다. "한여자"와는 사실 상당히 대비되는 내용인셈이다. "한 여자"에서 아니 에르노는 어머니의 삶을 회상하며,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그로 인해 겪는 갈등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어머니의 희생과 고난은 에르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되며, 이는 개인의 경험이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반영한다.


또한, "사랑받지 못한 자들"은 흑인 여성의 고난과 정체성 찾기를 다루며,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억압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모리슨은 주인공들이 겪는 사랑의 결여와 그로 인한 상처를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의 모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관계를 넘어, 사회적 연대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와 마찬가지로, 모리슨도 여성의 경험을 서술하며, 사회적 맥락에서 개인의 고난을 조명한다.


문체적으로 볼 때, 아니 에르노는 담백하고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어머니의 삶을 진솔하게 서술한다. 에르노의 서술은 감정적이면서도 비판적이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반면, 카뮈는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문체를 통해 뫼르소의 내면 세계를 탐구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모리슨은 풍부한 상징성과 은유를 활용하여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심도 있게 전달하며, 독자가 사회적 맥락과 개인적 경험을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문체적 차이는 각 작가가 선택한 주제와 의도를 반영하며, 독자에게 각기 다른 읽는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니 에르노는 현대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와 고난을 조명하며, 개인의 삶과 사회의 기대 사이의 갈등을 탐구한다. 이는 20세기 중반의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정체성을 찾는 움직임과 연결된다. 반면, 카뮈는 20세기 중반의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부조리한 상황을 반영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모리슨은 미국 내에서의 인종 차별과 여성의 억압을 배경으로,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적 부조리를 탐구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각 작품의 주제와 캐릭터의 경험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국가적인 문화 차이 역시 중요한 비교 요소로 작용한다. 프랑스 문학에서의 카뮈는 실존주의와 부조리 개념을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은 고뇌를 탐구하는 반면, 아니 에르노는 여성의 고난과 사회적 역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미국 문학의 경우, 모리슨은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인종과 성별의 교차성을 다루며, 사회적 억압을 비판한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각 작품이 표현하는 방식과 주제의 깊이에 따라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결론적으로, "한 여자", "이방인", "사랑받지 못한 자들", 그리고 "다락방의 위대한 삶"은 각각 인간 존재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사회적 맥락에서 개인의 경험을 조명하는 중요한 작품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성과 남성의 고독, 고난, 그리고 정체성 형성을 다루며, 독자에게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각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은 이들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를 형성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이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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