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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3일

이번 선정 도서는 "당신의 노후" 입니다.



당신의 노후


"이보세요, 장길도 씨. 내가 지금 당신 보면서 내 미래를 떠올리는 것 같아? 나도 당신처럼 될지 모른다고? 시간의 연속성을 맹신하고 계시는군. 아이에서 청년으로 흘러 결국 노인으로 이어지는 그 질긴 연속성 말이야. 하지만 다 허상에 불과해. 과거는 해마가 관장하는 기억이고 미래는 전두엽이 꿈꾸는 상상에 지나지 않아. 실재하는 건 현재밖에 없어. 나머지는 여기(머리) ... 여기서 꼼지락거리는 가짜 이미지일 뿐이 고, 사람은 누구나 아이 아니면 청년 아니면 빌어먹을 노인, 셋 중 하나야. 내가 왜 재수 없게 당신을 보며 내 미래를 생각하겠어?" (134~135쪽)


젊은이는 장길도를 보며 결코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에게는 노후된 미래가 없다. 그에게 과거나 미래는 “기억” 이자 "상상"일 뿐이다. 그에게는 오로지 현재만이 실재한다. 노후 된 장길도의 시간은 결코 '젊은이의 시간과 연속될 수 없다. 그 둘은 같은 '현재'를 살고 있을지언정 완전히 다른 영역에 위치한다. 젊은이는 연속되지 않는 장길도의 삶을 완전한 타자의 영역으 로 취급한다. 따라서 당신(한수련 - 장길도)의 일들은 영영 젊은이의 일로 포섭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맥없이 늙어 있는 장길도를 동정하지도, 공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비웃기라도 하듯 동정에 호소하는 장길도를 질타한다. 그는 노후된 존재와의 어떠한 연속성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 혐오를 정당화하고 끊임없이 가속한 결과, 마침내 그는 자신의 과거와 미래까지 배제하고 만다. 젊은이는 늙지 않은 이들, 즉 ‘당신’ 아닌 이들만을 살아 있는 “현재”로 서 취급된다. 그 외의 모든 노후는 '가짜' 이며 '허상'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젊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당신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따라서 젊은이의 영역에는 연대의 책임도 공감의 가능도 실존하지 않는다.


부분 발췌: 선해용 (2020.07.01), "어떤 노후의 詩", 문장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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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소설은 삶의 예시다


박형서 작가는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서 쉬지 않고 꾸준한 창작활동을 해왔다. 단편으로 고유한 창작 세계를 인정받았고, 2010년에는 장편소설 『새벽의 나나』로 문학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소설을 쓰시고자 하는 분들께 조언을 드리자면, 소설을 어학처럼 계속 곁에 두셔야 한다는 겁니다. 너무 멀리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습작을 했으니 잠시 휴식 기간을 가졌다가 돌아와야지’ 했다가는 못 돌아올 확률이 높습니다.”


박형서 작가는 ‘소설가’라는 명칭이 자신을 대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를 이해하려면 그가 쓴 소설을 봐야 한다. 그래야 그가 어떤 소설가인지를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삶은 정의나 명제의 문제가 아니다. 명제를 풀어낸 예시가 삶이다. 그 수많은 예시 중의 하나를 옮긴 것이 소설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소설을 통해 삶을 본다.


“소설가라는 명칭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 소설가가 써낸 작품이 가장 중요한 정보지요. 약력이 아닌 제가 쓴 소설로 독자분들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핸드메이드 픽션』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박형서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박 작가의 상상력은 비범하다 못해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박 작가가 소설적인 소재를 얻기 위해 기행을 일삼는 것도 아니다. 박 작가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소재를 얻는다고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나 독서, 그리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 그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저한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비몽사몽이에요. 바로 자는 거죠. 자기 전에 술을 마시면 12시간을 넘게 자기도 하고, 평소에도 10시간은 잡니다. 실제로 자는 거는 7시간 정도고 나머지 3시간은 작업을 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3시간 동안 침대에서 몽롱한 상태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요.”


꿈이나 가수면 상태가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일화는 역사적으로도 많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는 꿈속에서 들은 리듬을 악보에 옮겨 ‘예스터데이’라는 명곡을 탄생시켰고, 우리가 잘 아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도 작가가 꿈에서 본 괴물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일본감독 구로자와 아키라는 자신의 꿈을 영화로 옮겨 ‘꿈’이라는 옴니버스 영화를 완성했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는 “가장 위대한 잠재적 영감은 꿈에 있다”고 말했다.


박 작가의 소설이 문단의 인정을 받는 것은 단순히 꿈을 옮겨서가 아니다. 그가 꾼 꿈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 그 이후에 그가 던지는 ‘왜?’라는 물음이 소설이 된다. 그만의 논리와 인문학적 통찰이 붙으면 비몽사몽이 기막힌 소설로 둔갑한다.


부분 발췌: 선해용 (2020.07.01), "어떤 노후의 詩", 문장웹진


부분 발췌: 김수석, "연못에서 나온 산신령, 플래시는 왜 터졌을까? – 박형서 『핸드메이드 픽션』", 채널 예스


박형서 저

주제분류: 한국소설

- 모임날짜: 11/5 (토)

모임시간: 5 - 7:30PM

모임장소: 대면모임 / 추후 공지


+ 참석을 원하는 분들은 오픈톡에서 RSVP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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